카누 (Goev) 챕터 7 제출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 미국에서 운영을 영위하는 기업이 파산을 할 경우 두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챕터 7
-이는 '청산'과 같습니다. 더 이상 기업활동을 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기업의 경우,
각종 재산,특허,기술들을 선순위 채권자들에게 분배합니다. 말 그대로의 파산이며
회사가 가진 채무를 청산하고 기업은 사라집니다.
하나는 챕터 11
- 이는 한국의 '기업 회생' 과 같습니다. 기업 자체의 경쟁력과 생존 가능성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각종 이유로 인해 당장의 기업활동이 불가능할 경우 기업이 소속된 주의 있는 법원에서
기업 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됩니다. 이 또한 '파산'인 만큼 사망 직전의 단계이지만
회생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챕터 7보다는 훨씬 유의미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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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는 챕터 7을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카누는 결고 챕터 7을 제출하면 안되는 기업이였습니다.
20년도 이후 제로금리와 코로나로 인해 풀려나는 돈들이 신생 바이오,전기차 등의 스타트업에 몰려들던 황금같던 시기, 카누또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전기차는 내연자동차와 달리 우리가 익히 아는 RC카처럼 모터,배터리,제어 시스템, 섀시만 있으면 구동이 가능한 간단한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이를 '플랫폼' 이라고 하죠.
카누는 현대차와 협업을 진행하며 애플카 인수대상 후보로 고려되었을만큼 경쟁력있는 플랫폼 기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모터와 배터리가 접목된 섀시 만으로 각종 주행능력과 안전테스트까지 통과할 정도로 완성된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이 '섀시'위에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운송,수송등의 상용 자동차로도 일반인들의 승용,승합차로도 사용될 수 있는 범용성을 지니고 있었죠.
이로인해 회사가 창립된 2017년부터 24년도 파산 시기까지, 카누는 8~9천억원 정도의 투자를 받고 월마트, 나사, 오클라호마 주 등에서 다양한 수주를 받고 양산 단계에 돌입해 있었습니다. 무산되었지만 '구독형'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기도 하고, 기존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사업형태를 보여주었죠.
결과적으로는 모든게 실패했습니다. 본인들이 내놓았던 사업 모델들을 여러번 번복하고, 회사를 창립했던 핵심 인사들은 회사를 떠났으며, 막대한 돈을 투자받고도 양산에는 실패했고. 21년도부터 회사를 이끌있던 CEO인 토니 아퀼라는 회사의 모든 것을 말아먹었습니다. 회사가 흔들리고 현금이 바닥나는 와중에 개인 제트기 렌탈에 수많은 돈을 쏟아붓고, 월마트로부터 많은 대수의 차량을 주문받았음에도 2023년도에는 단 30대 가량의 차량을 생산하기에 이릅니다.
이런 뭐 그냥 흔한 '망한 기업'의 레파토리입니다. 근데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카누가 다른 기업과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CEO가 여러 기업을 동시에 운영했다는 것입니다.
토니 아퀼라가 소유했던 AFV가 그렇습니다 항공과 운송 기술을 갖고 다른 기업에 투자를 유치하는 AFV는 2020년도 이후 카누의 핵심 자본줄이자 모기업과도 같은 관계였고, 24년도 12월에 카누의 전 직원이 폭로한 바에 따르면 카누와 AFV는 협력 관계를 넘어 2023년도에 생산된 32대의 차량을 생산했던 생산 기지였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2023~2024년도까지 카누는 투자를 유치받고 세운 공장이 아닌, 별개의 기업인 AFV에서 차량을 생산했으며, 이를 카누가 자체적으로 생산한 것 마냥 포장했습니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주를 받고도 양산 과정을 세간에 공개하지 않았으며, 주문받은 물량을 사실상 전혀 소화해내지 못했습니다. 이는 회사가 양산에 실패했음을 넘어 주주를 기만하고 거짓된 사실로 근간하여 기업활동을 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페인트 공장도 인수하고, 엔지니어들을 고용해서 카누는 도대체 무었을 했던 걸까요.
21년도 카누는 회사를 홍보할 때 본인들이 가진 기술이나 자본력보다도 회사의 핵심 인사들이 어느 기업 출신인지를 굉장히 강조했습니다. 이때 알아차렸어야 했을 지도 모르겠네요. 전형적인 스캠 기업입니다.
카누는 현금이 없었던 거지 부채가 치명적으로 많았던 것도 아닙니다. 적어도 '회사가 밝힌 바로는' 공장을 세우고 직원을 고용해 양산 단계에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현금이 모잘랐기 때문에 현 상황에 왔습니다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돈만 있으면 차량을 마저 생산에 주문받은 물량을 소화해 낼 수 있었겠죠. 이를 종합하면 적어도 청산이 아닌 기업 회생 절차를 밟았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추가적인 오퍼링이나 액명 병합을 통한 약간의 자본 조달조차 하지 않고 회사를 청산해버린 이유는 간단합니다.
카누는 껍데기였습니다. 핵심 기술은 AFV에 있었고 토니는 파산 직전 카누에 한화 36억이라는 푼돈을 쥐어주고 카누가 소유한 실질적인 모든 자산과 기술을 AFV에 귀속시켰습니다. 회사 장부가치가 천억이 넘는데 그걸 36억으로 낚아챈 다음에 선순위 채권자 자리에 냅다 앉고 회사와 주주를 침몰시킨겁니다.
이제 카누가 망하든 말든 카누를 운영하고 말아먹었던 토니 아퀼라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핵심 자산은 이미 본인에게 종속되어있고 회사가 청산되면 자연스럽게 이들을 가지고 다시 회사차리고 장사하면 됩니다.
카누는 몇차례 있었던 대금 지급 소송에서 승리했으며 2024년도에는 회사의 부채를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는 기업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기 위함이 아닌 ceo가 회사를 도산시킨 후 살릴 수 있는 자산들을 본인 주머니에 넣기 위한 과정이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본인은 투자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기업을 이런 식으로 경영해서는 안됩니다. CEO가 기업을 살릴 생각은 안하고 본인만 살아나는 것을 넘어 부당한 이익을 취할 생각으로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들을 해왔으니까요.
앞으로 줄 소송이 이어질 것 같은데. 주주들을 개같이 버려둘거면 적어도 주식은 던질 수 있게 장중에 파산 뉴스를 내보냈어야죠. 금요일 장이 끝난 15분 이후에 파산 뉴스를 내보내는걸 보고 기가 찼습니다. 지금은 1월 19일이고 다음주 월요일 트럼프 취임 이후로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습니다.
화요일에 바로 OTC로 갈 수도 있고, 프리장에 매도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형태로 주식시장이 열리던 카누는 -70% 이상을 쳐맞고 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프리장이 열려서 매도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 바로 OTC로 넘어가서 -95%이상의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 또한 매우 높습니다. 이런 경우를 저는 수도없이 봤거든요.
파산 직전 저점대비 70%가량의 펌핑이 있었습니다. 이를 주도한 주체는 파산 사실을 아는 세력들이였을 것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개미들을 꼬셔 물량을 설거지 시키려는 작전이였겠죠. 한가지 변수는 카누의 공매도 물량이 꽤 많아서 공매도 세력의 수익을 확정시킬려면 커버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펌핑 과정에서 이루어졌는지는 불명입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숏 커버링으로 인한 펌핑이라는 실날같은 희망이라도 기대할 수가 있겠습니다만은, 어떤 방향으로 가더라도 금요일 종가에서 반토막 이상은 확정이고, 잘못하면 20분의 1 토막이 될 겁니다.
블랙록과 뱅가드에서 소유한 물량이 꽤 되었는데 공매도에 사용되었을지 손실인 채로 그들이 그대로 들고있을지 진작에 던졌을지는 모르겠네요. 아무튼 참 손이 떨릴정도로 열이 받습니다만. 스스로 두번 다시 이런 투자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겠지요.
카누는 유독 한국인의 관심을 많이 받은 종목이였고, 억대로 물리거나 잃은 개인들도 수두룩합니다. 모쪼록 주주분들은 고생하셨습니다. 토니만큼은 총맞아 죽었으면 좋겠습니다.